책상에 앉아 노래를 듣던 중 루시드폴의 '할머니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어라'가 흘러나온다.
초겨울 추위도 무시 못할 만큼 매섭던 나의 어린 바닷가.
여름엔 바지락 겨울엔 굴을 따라 채운 가난한 호주머니.
시골의 장터, 오늘은 일요일, 해뜨기 한참도 전 대야를 이고 향하는 할머니의 꿈,
우리 건강한 꿈. 빌고 또 비는 할머니의 꿈.
채 익지도 않은 삼백원짜리 수박에도 우린 기뻐했었지.
몹시 아프던 날, 나를 들쳐 업고 달리던 땀에 젖은 등자락.
이제 난 알지. 돌아가셨어도 나에게, 누나에게 살아 있음을.
어머니, 아버지에게서 숨쉬는 할머니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어라.
할머니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어라.
이 노래를 듣고있으니 할머니와의 소소한 추억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할머니와 모아놓은 빈병을 팔아 동네수퍼에서 과자를 바꿔먹던 기억,
뒷산에 텃밭을 같이 일구던 기억,
대나무 숲에서 죽순을 캐러다니던 기억...
아 그때는 그저 평범한 일상이었는데...
추억이란 다시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 가슴이 아려온다.
머리가 검었던때부터 머리가 하얘질때까지, 오로지 가족만을 위해 살아오신 우리 할머니.
당신은 못입고 못입어도, 십원짜리 하나도 아끼고 아껴서 손자 손에 돈 만원을 쥐어주시는,
항상 꼭두새벽에 일어나 가족들 건강을 위해 기도하시는,
아직 돌아가시진 않았지만, 84년간의 고생으로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거동이 불편하신 우리 할머니...
서울에 비라도 내린다는 뉴스를 보시면 제일먼저 전화로 걱정해주시는 할머니.
할머니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다.
오늘 할머니한테 안부전화라도 해야겠다.